강연_문화예술교육 평가, 쟁점과 원리 by 달빛시

  또 하나의 꿈이 생겨버렸다. 문화예술교육가,가 그것.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게다가 교사도 이제는 제법 안정기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었으면서 이 무슨 망발이냐고 할 수 있지만, 어쩌냐 그게 나인걸. 아무래도 철이 조금 더 들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나에게 이런 문화예술교육가,라는 꿈을 심어준 강의 - 정확히는 워크샵,이라고 이름 붙여진 강의에 다녀왔다. 이 강의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평가'라는 단어 때문. 그런데 처음부터 빙산에 부딪쳤다. 평가는 평가이고, 그럼 '문화예술교육'이란 게 뭔데?


[세션 1. 문화예술교육의 도약을 위한 평가 - 쟁점과 원리의 이해]

  이 워크샵의 목적은 <<Assessment in Art Education>>이라는 책의 번역출판을 기념하기 위한 것. 책의 공동 저자인 필립 테일러 씨에 의하면 Art Education 즉, 문화예술교육에는 시각예술, 연극, 음악, 무용이 포함된다. 뚜둥, 그럼 나는 여기 왜 앉아 있는 거지? 나는 미술교사도, 음악교사도, 게다가 체육교사도 더더욱 아니잖아. 게다가 그는 청중 확인 차원에서 각 분야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 보라고 하지 않는가. 결국 문학과 연관된 나는 어디에도 손을 들 수 없는 쭉정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느 포대에도 담기지 못하는 평범한 국어교사는 체에 밭쳐져서 슬그머니 일어나야 하는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는 실마리가 있겠지,라는 심정으로 테일러 아저씨의 강의를 계속 듣고 있는데,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들어본 단어가 언급됐다. 미국의 NCLB(No Child Left Behind)정책이 그것. 교육 결과의 평등과 연관된 이 정책의 오류는 읽기, 쓰기, 수리 과목 등에만 그 무게를 너무 많이 실었다는 거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학교교육현장은 결코 정상화 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보고서로 테일러 아저씨는 미셸 오바마가 주축이 된 <예술교육에 대한 재투자 : 창의 학교를 통한 미국의 미래 확보>라는 보고서를 제시했는데, 요약하면 문화예술 교육이 읽고 쓰는 능력뿐 아니라 교육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하긴 이와 비슷한 내용은 영화 엘 시스테마 같은 데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기도 하다. 덧붙여 그는 21세기 교육 목표로 '문제해결능력, 창의성, 복잡함과 모호함을 해소하는 능력, 다양한 기술을 통합하는 능력, 다양한 학문 교차 습득 능력'을 언급했는데 이런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 게 문화예술교육이란다. 

그래, 문화예술교육 해야 해. 그럼 어떻게?  

  아쉽게도 첫 번째 연사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듯, 그는 '평가'에 대한 책을 써서 이 자리에 온 사람 아니던가. 다만 그는 문화예술교육의 평가 모델을 몇 개 제시했는데 원형과 직선형이 그것이다. 전자는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형태의 평가를, 후자는 직선적이며 목표지향적인 형태의 평가를 의미하는데, 이 두 개를 합쳐진 모델이나 제3의 모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나 이러한 것에 관한 정답은 없다는 것, 아니면 아직 찾지 못했다는 건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테일러 아저씨가 스스로 밝힌 바. 서양학문은 사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나치게 분절적으로 된 까닭에 앞선 것을 극복하려는 데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 그러니까 답이 없지. 극복에 극복을 거듭해야 하니까. 

  두 번째 연사였던 크리스티나 홍 역시 <<Assessment in Art Education>>의 공동저자.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그녀는 그 나라에서 필수적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과목을 나열하는 식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과 조금 달랐던 건 Dance,라는 게 아예 과목으로 제시되어 있었던 것. 그밖에도 Drama, Music, Visual Art가 뉴질랜드 예술 분야의 필수 네 과목. 또한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문화를 통한 소통'인 듯했다. 이런 문화예술교육의 세부 내용들은 더 찾아보면 알게 될 노릇. 그녀가 언급한 것처럼 우리도 음악, 미술, 체육 같은 정규 과목을 갖고 있고, 체육과에서는 무용을 우리 국어과에서는 시나리오나 극본 나아가서는 '연극'을 하는 수업도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문화예술교육은 생신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의 끈을 끊어내고 홍 여사님의 발표에서 흥미로웠던 건 학생과 교사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이다. 

문제가 잘 안 풀리면 역으로 생각할 것

  수업 준비를 하는 교사는 늘 목표지향적이다. 학습 목표를 상정하고 내용을 마련한 후 그 전달 및 평가 방식을 계획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수업 상황도 목표-내용-방법-평가순으로 진행된다. 헌데 내가 만일 학생이라면? 학습 목표보다는 무엇을 배우는지를, 무엇을 배우는지보다는 방법을 (예컨대 강의형인지, 토론형인지를), 가장 먼저는 평가 방법을 살피지 않을까? 좁게는 이 과목은 패스/패일인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선생님은 시험 문제를 어떤 경향으로 낸다,까지. 즉, 교사는 평가를 마지막에 고려하는 반면, 학생들은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평가를 왜 해야 하는가? 홍 여사는 평가의 목적을 1) 졸업(증명)장을 얻기 위해 2) 학습 성취도를 파악하기 위해 3) 적절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 4) 평생교육처럼 학습 그 자체를 위해,라고 언급했다. 학생들이 수업에 앞서 '평가 항목'을 가장 먼저 본다는 건 1),2)를 위한 게 가장 크겠지. 스스로의 학습에 피드백을 하기 위해 평가를 하는 학생은 거의 없을 터. 하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게 3)이라는 건 자명하다. 평가의 목적에 대한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가 크지만, 달리 보면 무기를 발견한 것 같았다. 무너지고 있다는 학교 교단에서 휘두를 수 있는 천하제일 명검. 짜잔~!!


[세션 2.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평가] 

  두 번째 마당에서는 한양대 응미과학장인 김선아 교수의 주관으로 교과부, 음악 강사, 도서번역자 각 세 명의 연사가 연단에 올랐다. 일단 교과부에서 온 김대원 씨는 2009 개정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교과교육, 창의적 체험활동, 정규교육과정 외의 교육활동'에 반영된 문화예술교육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일반적인 자료 나열식의 발표였던 데에다가 실제 학교 현장의 사례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듯해서 아쉬움이 컸다. 마지막에 말한 절대평가를 지향하는 '성취평가제'역시 탄식에 탄식을 자아내는 것. 기존의 수우미양가,체제를 ABCDE(F)제로 바꾸고 F를 받은 학생을 유급을 시킨다는 이 제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절대평가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지금, 그 방향성은 찬성하는 바. 허나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학생에게조차 '아름답다'라는 의미의 '가'라는 평어를 주었던 선조들의 미덕을 무자비한 A~F 등급으로 바꾼 건 매우 아쉬운 일이다. 게다가 유급이라니. 물론 지금도 일 년에 한두 명 정도는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 연수를 가거나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경우다. 허나 교과부가 제시한 유급체제는 오로지 성적만으로 진행되는 것. 게다가 아직 구체적인 교육 방안도 마련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하긴, 교과부가 언발에 오줌도 아닌 한 겨울의 입김을 불어대는 정책을 사용하던 게 한두 번이던가. 

  두 번째 연사였던 박지영 씨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 강사로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계셨다. 현장과 가장 밀착된 탓에 가장 실질적인 문화예술교육의 실태와 평가 방향을 제시해준 분. 그가 던진 말 중 '교사의 열정과 예술교육에 대한 굳은 의지의 크기에 따라 학습자들에게 전달될 교육의 질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라는 것에 백배 동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또한 평가는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하고 '동기유발'을 하는 것이다,라는 것에도 동의한다. 이를 위해 그는 '성취 기준을 다양하게 제시하자'라는 제안을 했는데, 이 또한 봄바람이 남은 눈을 녹이는 바이다. 개인별로 다양하게 제시된 성취기준에 맞춰진 성취평가제, 그것은 문화예술교육 뿐아니라 우리 교육 전체가 지향해야 할 점이니까. 그리 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게, 그리하여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게 교육의 존재 이유니까.

그럼 너는 뭘 할 수 있는데?

  강의 초반, 테일러 아저씨가 숨벙숨벙 잘라놓은 문화예술교육의 분류에 자신감의 허리를 꺾지 않은 건 참 다행인 일이다. 결국 내가 수업 시간에서 하는 것도 문화예술교육의 일부일 터이니. 시는 시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심지어 독해를 가르치는 것도 이 세상에 널려 있는 문화를 읽는 아주 기초적인 방법을 가르쳐나가는 일이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나간다면, 수업 시간에 기본적인 연극을 할 수도 있을 터이고, 간단한 영화도 찍을 수 있겠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겁내지 말고 새 학기에는 또 다른 시도를 해봐야겠다. 

  일단 동아리활동인 사진반. 내가 놀고 싶은 까닭에 개설한 부서이지만 재작년에는 제법 재미 있었고, 작년에는 말 그대로 시리얼 말아 드신 부서이다. 개인적인 이유도 크지만, '아이들과 밖에서 놀자'라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목표를 갖고 수업을 한 탓일 수도 있겠다. 하긴, 놀긴 놀았으니까 큰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래도 뭔가 헛헛한 것은 약 9차시의 활동 이후에 평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아리활동에 평가가 없다는 건 양날의 검 같다. 평가가 없으니까 학생들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지만, 점수를 받지 않아도 잘 하고 싶다는 내재된 목표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그저 쉬는 시간이 될 터이니. 그래도 우리 교육이 준거(절대)평가제, 나아가 개인별로 다양하게 제시된 성취 기준에 따른 성취평가제를 지향한다면 동아리활동 만큼 그 제도를 실험하기에 적확한 건 없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개별 목표를 정하고 하면 되는 거니까. 예를 들면 우리 반에서는 사진 몇 장 찍고, 몇 개를 업로드 해서 몇 개의 댓글을 달기, 같은 목표를 갖고 수업에 임하면 좋겠다. 나아가 성취도 역시 학생 스스로 수치화시킬 수 있겠고. 

  그리고 또다른 시도는 수업이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1년 계획을 좀더 성실하게 구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강의 리뷰는 여기서 이만.  

- 2012. 2. 21, 대학로 예술가의 집, 문화예술교육 평가, 쟁점과 원리, 
<<Assessment in Arts Education>> 번역출판 기념 해외 전문가 초청 워크숍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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